노벨 과학상, 김칫국은 이제 그만.

노벨상 수상자 발표철이 돌아오면 국내의 매스컴에서 꼭 빼놓지 않고 나오는 기사라면

"노벨상, 한국은 언제쯤?"
(그러면서 일본은 몇 명, 중국은 몇 명, 인도도 몇 명 올림픽 메달집계하듯이 국가별 순위도 늘어놓는다)

"노벨상에 가까이 간 한국인 과학자"
(이휘소 박사 이야기 항상 나오고, 그 외에 몇 명 단골로 등장하는 양반들이 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언급되는 분들은 솔직히 링에 올라가서 한판 붙는 것은 고사하고 체급조차 맞지 않는 분들이라는 느낌이지만. ㅎㅎ)

"한국은 왜 안돼나"
(입시위주 교육 나오고, 창의력 없는 주입식 교육이 어쩌구 저쩌구, 이공계 위기때문에 우수 인재가 이공계를 외면하네 어쩌고 저쩌고)

뭐 직접적으로 아래같은 기사야 나오지 않겠지만 (한국 기자 수준을 볼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은 다분히 있다고 억측은 한다만) 충분히 댓글로는 붙을 수 있는 이야기.

"수영 불모지였던 한국에서도 박태환이가 금메달 따고, 김연아가 피겨세계선수권에서 활약하는데 과학자라는 쉑히들은 뭐했남, 걍 버로우타셈"

뭐 이정도까지도 좋은데 여기서 '도둑맞은 노벨상' 어쩌구 하면서 황빠라도 난입하면 점점 더 아스트랄의 경지로 들어선다.....

그 넘의 노벨상, 금메달도 따고 깐느영화제에서도 상타는데 왜 못타고 지*이야?  대체 이유가 뭐야?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에서 언제부터 순수과학 연구가 시작되었는지부터 생각해 보면 답이 딱 나온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해외로 과학분야로 유학생이 나가기 시작한 것은 잘 해봐야 1950년대 말, 1960년대부터이며, 국내에서 과학분야에서 전일제 박사과정이 등장한 것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일이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길게 잡아봐야 1970년대 중후반부터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약 30년. 이게 한국 과학의 현실적인 이력이다.

그나마 연구비 규모가 커지고, 국제저널에 논문이 나가고, 학계에서 이름난 저널에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더더욱 최근의 일, 즉 90년대 중후반 부터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벨상은 어떤 급의 사람에게 주는가를 생각해보야야 한다. '이제 국내에서도 무슨무슨 사람이 CNS인지 CNN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좋은데 논문낸다는데, 이 사람들은 노벨상 못받나여?'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익숙한 분야로 비유해서 설명하도록 한다.

가령, 노벨 게임상이 있어서 FPS 분야에서 상을 준다면 누가 상을 받나? 당연히 해당 분야를 처음 개척한 사람이다. 울펜시타인, 둠, 그러면 당연 존 카맥. 나머지 기타는 다 버로우. 요즘 인기가 있는 헤일로, 콜 오브 듀티, 하다못해 하프라이프가 아무리 잘난 게임이라도 '노벨 게임상 FPS 분야' 에서는 상을 타기는 힘들다. 노벨상은 최초 발견자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 '스페셜포스' 같은 것이 명함을 내밀겠습니까나.

노벨 야구상이라면? 베이브 루스, 행크 아론, 아니면 놀란 라이언. 일본 구장이 작지만 뭐 구색맞추기로 왕정치. 뭐 이런 이름들이 언급되어야 겠다. 요즘 말년에 땀내고 있는 챈호팍 아저씨는 물론 동양인으로써는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낸 사람임에야 분명하지만 결코 앞에서 언급된 사람들과 같은 레벨에서 논의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것이다. 노벨 과학상은 특정 분야를 창시하는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되고, 유감스럽게도 일천한 한국 과학계에서는 그런 클래스의 사람은 나오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적 이유조차 없었다라는 이야기이다. 즉, 연구라고 할만한 것을 시작한 지도 얼마 안되고, "한국에서도 이러저러한 일을 하는구나" 라고 외부에서 생각하게 된지도 몇 년이 안 되었는데 특정 분야의 대빵 내지는 개척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닌가? 수학영재 초등학교 3학년에게 페르마의 정리를 풀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십니까.

물론 한국인 중에서도 중요한 업적 (학부 교과서에 한줄 정도 언급되거나 그림으로 한 장 정도 나올 정도의) 을 낸 사람들이야 있으며 이런 분들은 대개 한국 매스컴에서 '노벨상 수상 후보' 로 운운되지만 솔직히 노벨상을 받을 만한 체급의 분들은 아니었다고 보며, 이런 양반들에 대해서 노벨상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해당 연구자들에게는 결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한국인으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이라는 말을 많이 들은 분으로 버클리의 김성호 박사를 들 수 있는데, 사실 김성호 박사가 포닥때 MIT의 알렉산더 리치 (Alexander Rich) 랩에서 만든 tRNA 결정구조의 경우 어떤 교과서에서든 한번쯤 소개되는 중요한 업적이고, 최초로 결정된 핵산고분자의 결정구조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이것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수준의 업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은 X선 결정학에 의한 고분자 구조결정 방법론을 최초로 만든 존 캔드류나 막스 퍼루츠이고, 이들이 미친 영향력과 김성호 박사와 알렉산더 리치가 tRNA의 L form structure 를 처음 발견하여 해당 분야에 미친 영향력이 동일한 레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한국인으로써 '저 사람은 노벨상을 언젠가를 받을꺼야' 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 중 대개는 노벨상을 타지 못한다) 중에서 한국인은 적어도 내가 어느정도 아는 분야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 정도의 big fish가 나오기 위해서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30년 내에는 한국인 (한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는다에 뷁원 걸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무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네명씩이나 배출한 니뽕과 우리는 그 정도의 격차가 있다는 말인가? 에이 일빠쉑히~
라는 생각을 하실 분이 있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나의 대답은 동일하다.

"지금 우리가 이정도 하는 것만 해도 기적입니다"

가끔 삼슝이 쏘니보다 매출액이 높아요, 한일 올림픽 야구에서 일본팀을 관광보냈어요와 같은 낭보(?)를 듣고서 한국과 니뽕은 이제 맞장떠도 되는가보다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적어도 순수과학 분야는 연륜이나 현재의 실적이나 미래의 전망등을 봐도 같은 레베루로 평가되기 힘들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즉, 근대과학 연구라는 것을 시작한 역사 자체가 니뽕과 비교가 안된다라는 이야기이다.

일례로 이번 노벨 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라는 양반의 이력을 보자. 1928년생으로 나고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에서 루시페린 (luciferin) 이라는 형광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1960년에 프린스턴 대학에 포닥와서 해파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서 Green Fluorescence Protein (GFP) 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 일본의 경우 이미 이 당시에 일본에서 학위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미국으로 후속연구를 하러 오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들 중 둘은 아예 일본 밖을 거의 나가보지도 않은 사람이고 이들의 이론은 이미 1960년대에 정립된 연구들이다. 즉, 그네들은 1960년대에 수행된 연구들로 지금 노벨상을 받는 상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최근의 예를 들지 않아도 니뽕은 이미 2차대전 이전에 국제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인프라가 확립되어 있던 나라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최초로 노벨 과학상을 탄 (1949년) 유가와 히데키의 연구 업적은 이미 1930년대에 이룩된 것이었다.

즉, 20세기 초중반에 이미 어느정도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하기 시작한 넘들과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안습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시간을 얼마나 보냈느냐 뿐만이 아니다. 과학연구를 수행할 '시스템' 이 구축이 되어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며,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데에는 실제로 제도가 만들어지고, 수행되고, 문제점이 노출되고, 파악되어 개선되는 일련의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아직도 많은 문외한들은 과학 연구를 소수의 머리좋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대의 과학 연구는 대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논문 하나에 들어가는 사람의 숫자는 점점 많아지며, 한 연구실에서 모든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서로 상이한 전문성을 가진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결과가 하나의 스토리로 조합되어 논문화되는 경우는 점점 더 많아진다.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CN뭐시기 하는 저널에 실리는 것들이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공동 연구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공동 연구를 할 만한 컨센서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정규모 풀이 되어야 공동연구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어쨌든, 요점은 이렇다. 매년 가을 이때쯤 노벨상 어쩌구 하는 기사가 나오면 걍 그런가부다 해라. 괜히 '한국은 언제쯤' 과 같은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상관없는 공연한 기대는 하지 말도록. 차라리 그 시간에 박태환이나 다음 올림픽때 금메달 한개 더 따길 기대하시길 바란다. 노벨상을 가로막는 입시위주 교육이 문제, 창의력 없는 주입식 교육 어쩌구 이야기 나오면 '일본애새끼들은 더 입시지옥이던데 노벨상은 잘타세요~' 라는 이야기도 한번쯤 떠올려보자.  (어쩌면 노벨상에 진짜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창의력보다는 건강이다. -.-;; 세상을 뒤바꿀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쳐도 30대에 죽어버리면 노벨상 절대 안 준다. 반면 이번에 받은 사람들은 대개 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니던가? 세상이 알아줄 때까지 길고가늘게 사는 것도 노벨상 받는데는 중요하다) 그렇게 잊고 있다 보면 꽤 오래 지나서 그 허구많은 한국 사람 중 한두개 타지 못하라는 법 있겠냐.  근데 뭐 '한국사람' 한명이 노벨상 탄다고 님 뒷마당에서 금돼지라도 출토되는 것도 아니구...

by Newbie | 2008/10/09 13:14 | Science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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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ewtype at 2008/10/09 15:24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과학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들이 노벨상 운운하는 것을 보면...
DJ의 현질이 파급효과가 크기는 컸나봅니다. -_-;;
Commented by .... at 2008/10/09 21:07
DJ의 현질이라 함은 노벨평화상 로비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항상 근거도 없이 카더라 라는 설로만 들었는데 근거가 있다면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passing by at 2008/10/09 21:32
카더라 맞습니다.
Commented by Bani at 2008/10/09 21:54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_-;;

노벨상이 현질로 탈 수 있는 종류에 물건이었으면 개나소나 다 탔을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탄 사람이 있다는거에 대해서 자랑스러워 하지는 못할망정

'현질'이라뇨.

Commented by 김한조 at 2008/10/09 15:25
시원하게 글 한 번 잘 쓰셨네요. ^^
Commented by hermod at 2008/10/09 19:17
흥미롭게 (폭소를 터뜨리며) 잘 읽었습니다 >< b
Commented by 마지막천사 at 2008/10/09 20:42
그것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나라의 경제수준과 인구수자체가 서로 비교해야 할정도(대략 큰쪽의 80%까지는 따라가야)가 되어야 노벨상쪽에서도 비교를 해야하는데...객관적인 경제수준과 국가크기를 보지도 않고 여러 기자들이 쏘아대는 글들은 좀 어이 없는 감이 없지않죠.
Commented by 작은소망의아스카 at 2008/10/09 21:16
으음 .. 그리고 현 대통령은 기초과학에 대해서 그저 돈으로만 보고 있지 않나요 ㅡ_ㅡ;;?
kstar 연구소장도 플라즈마 생성 얼마전에 갈아치운판에 ㅡㅡ;;
Commented by Newbie at 2008/10/09 21:35
현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것 밖에는..ㅎㅎ
Commented by ExtraD at 2008/10/09 21:41
저는 현 대통령께서 제발 체계적으로 기초과학에 투자해주십사 주문하고 싶습니다.
단기간의 보여주기식 돈잔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WCU -_-;;)
Commented by 작은소망의아스카 at 2008/10/09 21:42
음 제가 생각하기엔.. 여태껏 행동을 볼때.. 현 대통령이 눈앞에 돈 말고 보는게 뭐있나요 ㅡ_ㅡ;; 그게 궁금하네요 ㅡ_ㅡ;
Commented by Bani at 2008/10/09 21:57
돈을 넉넉하게 주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과학 연구개발쪽에 미친듯 집중해줘도 모자랄 판에 -_-;;

예산 삭감하고 앉자 있으니, 그러고 노벨상 못탄다고 지랄지랄하는 언론이 더 부끄러워 미칠 지경입니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요 -_-;;

'왜 안되나?'라니요. 당연히 안됩니다. 현실을 인지하는 능력이 없으면 팬을 뿐질러야죠. 어우 속터져 ㅠㅠ
Commented by 나그네 at 2008/10/14 17:59
인도 중국 부탄 파키스탄 같은 경우는 어떻게 받았다요.
솔직해집시다. 뛰어난 업적이 나와도 개무시하고 같은 한국과학자끼리도
못 잡아먹어서 환장한 놈들이 한국과학자들이지않나요.
솔직히 실력도 없는 놈들이 돈으로 줄로 교수자리 꿰 차고 있어서 그런거죠 뭐.
동종교배(출신학교로 교수 밑에 그 제자놈이 또 교수로 가죠. 그놈이 그놈인데
새로운 것이 나올리 만무하죠.
Commented by Newbie at 2008/10/14 21:22
인도 노벨상 수상자
http://en.wikipedia.org/wiki/Nobel_laureates_of_India
1명을 제외하고는 미국등 다른나라에서 연구한사람

파키스탄 노벨상 수상자
http://en.wikipedia.org/wiki/Abdus_Salam
석박사부터 영국에서 공부한 사람

중국 노벨상 수상자
http://plancksconstant.org/blog1/2006/10/list_of_chinese_nobe.html
역시 전원 외국에서 연구한 사람.

뛰어난 업적이 나와도 개무시하고 같은 한국과학자끼리고 못잡아먹어서 환장한 예...설마 황우석 말하는 것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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